나는 1년 전쯤에 한참 새로운 화분 들이기에 맛 들여서 꽃집만 보이면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구경을 하곤 했었다. 어느 날 엄마가 향기가 나는 화분을 키우고 싶다고 해서 지나가다가 어떤 화원에 로즈마리가 보여서 냉큼 사 왔다.
사실 화원에서 사 오면 바로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데 마땅히 분갈이해줄 분도 없고 흙도 없어서 그냥 그대로 알 비료 많이 주면서 키웠다. 우리 집은 주택이라 바깥에서 햇빛도 많이 보고 흙 마르면 물도 듬뿍 주고 그랬더니 무리 없이 잘 자라줬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집에서 사계절을 보냈다. 여름에 덥고 습해서 벌레들의 공격이 많았지만 약도 쳐주고 벌레도 잡아주면서 여름을 견뎠다. 그리고 푸르게 새순을 내주면서 쑥쑥 자랐다. 가지치기도 해주고 예쁘게 수형도 잡아가면서 열심히 키웠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로 분갈이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추운 겨울이 와버렸다. 지금까지 예쁘게 잘 컸는데 왠지 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라고 다른 곳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우리 집 로즈마리를 데려다가 분갈이도 해주고 잘 키우겠다는 분이 나타나서 그 집에 보내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도 1년을 키워서 좀 정들었다. 식물은 움직이거나 말은 못 해도 키우다 보면 애정이 생겨서 막상 보내려고 하면 아쉽다. 보내기 전에 너무 보기 싫게 혼자 삐죽 자라 있는 가지들은 가지치기를 해줬다.
3개의 작은 가지들을 버리기는 아까우니까 흙에 삽목 하거나 물꽂이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겨울이라 흙에 삽목 해서 바깥에 둘 수 없고 실내에 둬야 해서 그냥 내 방에서 물꽂이를 도전해보기로 정했다.
식물을 물꽂이 하거나 삽목 할 때는 잎이 많아서는 안된다. 목적은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식물이 온전히 뿌리를 내리는 데 모든 힘을 다 쏟도록 최대한 잎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래쪽 잎을 다 떼어냈다. 벌거숭이 로즈마리가 되었지만 뿌리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집에 갈색의 플라스틱 컵이 있어서 그 위에 랩을 씌우고 이쑤시개로 구멍을 뚫어서 로즈마리를 고정해 놓았다. 가지가 얇아서 이런 방법으로 고정하지 않으면 식물이 컵에 빠져버린다. 사실 박카스 병 같은 차광 유리병에 꽂아놔도 무방하다. 예전에 수국, 꽃 베고니아, 제라늄, 벤자민 나무, 뱅갈 고무나무, 휘커스 움베르타 등등.... 물꽂이에 성공해봤던 화려한 이력이 있는 나는 로즈마리 물꽂이는 처음 해본다. 로즈마리도 예쁘게 하얀 뿌리를 내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뿌리가 나면 다시 외목대로 열심히 키워볼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식물 꺾꽂이, 물꽂이 성공 비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몇 가지를 공유하자면
①햇빛이 간접적으로 비치는 곳이 성공률이 높다. 예를 들면 북향으로 난 창가 쪽에 놓는다든지 하면 된다. 그렇다고 전혀 햇빛이 차단된 곳에 놓으면 안 된다. 그늘진 곳이나 간접적인 빛만 들어오는 곳을 선택하면 좋다
②차광 유리병(ex 박카스병), 뿌리가 나는 쪽은 빛이 차광되는 컵이나 병에 물꽂이 하면 좋다. 투명한 병 밖에 없으면 검은 비닐봉지로 뿌리 나는 쪽은 감싸서 햇빛을 차단해 주면 된다. 일반 식물도 뿌리는 땅에 덮여 있다. 뿌리 쪽에는 햇빛을 차단해 주어야 좋다.
③약간 습한 것이 뿌리가 나는데 도움이 된다. 너무 덥거나 습한 것은 피해야 하지만 20~25도 정도의 온도와 약간 습도가 있어야 뿌리가 잘 나는데 좋다. 만약 날씨가 건조하다면 뿌리가 날 때까지 잎에 물을 문무 해 주는 것이 좋다
④물꽂이 하는 물은 3일에 1번 정도 갈아주자.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뿌리가 잘 나는 것들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3일에 1번씩은 물을 갈아줘서 깨끗하게 유지해줬다.
물론 온갖 정성을 다해도 뿌리를 내지 못하고 작별인사를 한 아이들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내 경험상 뿌리를 내렸던 것은 공통적으로 이런 조건에서 물꽂이를 했었다. 짠 하고 완성된 화분을 들이는 것보다 삽목이나 물꽂이부터 시작해서 내가 애지중지 키운 것들은 신기하기도 하고 애정도 더 많이 간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3대 병 중에 하나가 삽목병이라고 했는데 만약 아직 해보지 못했다면 물꽂이나 삽목에 도전해서 생명의 신비를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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